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다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말들.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군더더기처럼 붙어있는 말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사족」이라고 부른다. 사족은 「뱀의 발」 이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한자로는 蛇足 이라고 쓴다. 사족은 「전국책」이라는 곳에서 등장하는 한 이야기로부터 유래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옛 중국 초나라에 어떤사람이 제사를 지낸 뒤, 술 한잔을 그 하인들에게 마시라고 줬다고 한다. 이때 '한 잔'은 요즘 말하는 한 잔이 아니라 '한 치(巵)'라고 표현되어있다. 정확한 양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잔을 받은 하인들이 생각하길, '여러사람이 마시기에는 부족하고 한사람이 마시기에는 남겠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하인들은 서로 내기를 해서 먼저 성공하는 사람이 그 술을 다 마시기로 했다. 내기의 종목은 '땅 바닥에 뱀(蛇) 그림을 그려, 가장 빨리 완성하기' 였다.
한 하인이 뱀을 정말 빨리 그렸다. 그 하인은 자신이 먼저 뱀 그림을 완성했다며 술잔을 들고 마시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뱀의 발도 그릴 수 있다!" 라고 말하며, 자신이 그린 뱀 그림에 발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뱀 그림을 완성한 다른 하인이 그 술잔을 빼앗아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뱀은 원래 발이 없는데, 너는 어떻게 뱀의 발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냐?" 그리고는 술을 쭉 들이켜 마셔버렸다. 결국 뱀의 발까지 그리던 하인은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술을 빼앗겨버린 셈이다.
이 이야기는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의 '진진' 이라는 사람이 초나라의 '소양' 이라는 재상을 만나 설득할 때 인용한 이야기다. 초나라 '소양'은 당시 위나라를 공격하여 공을 세웠고, 이어서 제나라를 공격하려던 참이었다. 제나라의 왕은 '진진'에게 '소양'을 말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에 '진진'이 '소양'에게 제나라를 공격하지 말것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빗대어보자면, '소양'이 위나라를 공격하여 공을 세운 것은 '뱀 그림을 완성한 것' 일테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나라까지 공격하는 것은 '뱀의 발을 그리는 것' 이겠다. 제나라를 공격해봤자 초나라에서는 '소양'의 공을 더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며, 자칫 실패하기라도 하면 버림받을(죽임당할)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참고로 사족은 원래 화사첨족(畵蛇添足)이었는데, 사용하다보니 줄어서 사족(蛇足)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족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해버리는 바람에 안좋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부정적인 결과' 까지를 포함하는 용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사족' 용어 사용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사족' 같은 글 이었지만, 그래도 원래 무슨 뜻이었는지 알고 사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글로 남겨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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